21.5 재정정책이냐, 통화정책이냐?
- 일반적으로 케인즈경제학자(Keynesian)들은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반면, 통화주의자(monetarist)라고 불리는 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 학파의 견해차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와 정책 시차에 대한 견해차로 요약 가능하다.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에 대한 견해차
(1) 케인즈경제학자의 견해
- 케인즈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가 너무나도 길고 불확실해 별로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화폐 공급량을 늘려도 이자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힘들 뿐 아니라, 설사 이자율이 충분히 떨어진다 해도 기업의 투자지출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이다.
- 반면에 재정정책의 효과는 한층 더 직접적이고 확실하다고 믿는다. 정부지출의 증가는 곧바로 총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며, 조세 감면 역시 가처분소득을 늘려 확실하게 소비지출을 늘리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 통화주의자의 견해
- 통화주의자들은 화폐 공급량의 변화가 이자율의 변화를 통해 투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는 케인즈경제학자들의 견해 그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다.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라는 것이 실제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너무 좁게 한정해서 보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화폐 공급량의 변화가 이자율 변화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적으로 총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구축효과 때문에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투자가 위축되면 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해갈 수 없음을 지적한다.
정책시차에 대한 견해차
- 정책이 수립, 집행되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를 정책시차(policy lag)라고 한다.
- 정책시차의 존재는 경기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중대한 걸림돌이 된다.
- 일반적으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비해 정책의 수립, 집행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케인즈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을 강조한다.
21.6 미세조정의 시도는 바람직한가?
필립스곡선과 경기의 미세조정
-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경제를 안정된 상태에 유지시키려는 정책이 경기의 미세조정(fine-tuning)한다.
- 현실에서 총수요 조절정책을 통해 경기를 미세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업과 물가 사이의 상충관계(trade-off)라는 제약에 직면한다. 만약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사이의 상충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이 둘의 적절한 조합을 선택함으로써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필립스(W. Phillips)는 영국의 통계자료에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사이에 안정적인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라고 한다.
- 초기의 케인즈경제학자들은 필립스곡선을 통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 사이에 어떤 구체적인 관계가 있는지 알아내 이를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화주의자의 비판
- 프리드먼(M. Friedman)을 중심으로 한 통화주의자들은 경제를 미세 조정할 수 있다는 케인즈경제학자들의 낙관론을 믿지 않았으며, 정부의 개입이 경제에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통화주의자들은 미세조정 정책이 오히려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하고, 소극적이며 준칙에 따른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 통화주의자들은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적극적이고 재량적인 통화정책을 지지한 것은 결코 아니다.
- 통화주의자들은 소위 k% 준칙(k% rule)이라고 불리는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기대이론의 정책 무력성 명제
-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루카스(R. Lucas)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기대 이론(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이 있다.
-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적절한 방법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것을 가리켜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라고 부른다.
- 합리적기대이론은 (예상된) 경제안정 정책이 실물경제에 아무 효과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책 무력성(policy ineffectiveness)의 명제이다.
-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화폐 공급량을 늘려 경기부양을 시도한다. 정부가 돈을 더 찍어내면 상품 가격이 일반적으로 상승할 텐데, 웬일인지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실질임금이 떨어지는 결과가 빚어지고, 이렇게 실질임금이 떨어지면 기업은 종전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한다.
-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기대를 형성한다면 화폐 공급량의 증가가 물가 상승을 가져올 것을 정확히 예측한다. 물가가 뛰어오를 것을 예상하는 근로자들은 당연히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되면 실질임금은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화폐 공급량의 증가는 실업률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물가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 현실 경제의 상황은 합리적기대이론에서 상정하는 이상적인 상황과 상당한 거리를 갖고 있다.
자동 안정장치
- 재정제도 그 자체가 갖는 특성 때문에 경기의 상황에 따라 재정지출이나 조세 징수액이 자동적으로 조절될 수 있고, 이를 재정의 자동 안정장치(automatic stabilizer)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누진 소득세제와 실업보험제도이다.
- 경기가 활성화되어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누진 소득세제 하에서는 자동적으로 조세 징수액이 증가한다. 소비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소비지출을 억제한다.
- 경제가 불황에 빠져 있을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실업상태에 빠질 것이고 따라서 정부가 지급하는 실업수당의 규모도 더 커진다.
- 자동 안정장치는 일일이 경제의 상황을 평가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들어서 있을 때 오히려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고, 회복과정에 불필요한 제동을 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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